어제 글을 올리고 나서 지금까지 적잖이 후회하고 있다.
어제 올린 글의 마지막에 덧붙였듯이 그나마 스타과학자 한명 나타나서 국민들의 관심이 과학기술 분야에 몰리는 것이 반가웠고 그나마 스타 과학자에게 파격적인 지원도 가고 관심도 쏠리다 보면 과학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수 있을것이라는... 참 어이없는 순진한 발상을 했다. 그래서 황교수를 동정적으로 보고 답답단 기초과학 연구자의 심정을 투영하고자 했었다.
그런데... 이거 돌아가는 꼴이 전혀 아니다. 가관이다.
황교수를 옹호하고 국익을 외쳐대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황교수를 과학자로 보지 않는다. 스타이고, 국보이고,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세계 일류로 보고 있을 뿐이다.(단,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은 빼자. 이분들은 좀 엇나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지 못할 고통을 겪고 계신분들이니)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과학자와 과학계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지 않고 애국자와 매국노의 대결로 치부해 버리고 있는듯 하다.
이들이 한국 과학계에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황교수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다른 연구분야들에도 많은 지원을 해달라는 호소를 시기라고 치부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들이 과학계에 그만한 애정을 가지고 황교수를 응원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길 바랬다면 많은 한국 과학자들이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사정에 귀를 기울이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하고 있어야 했다.
축구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 축구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과학 전반에 대한 투자와 지원, 관리 제도를 정비하자는 주장에도 귀좀 기울이고 여기에 대해 얘기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누구 한넘 때려 잡을 생각만 하고 있는 듯 하다.
언론이나 정부의 대응도 상당히 웃기다. 잘해봤자 일부 언론이 네티즌들의 파시즘을 견제하는 정도인데... 지금같이 광기가 몰아치는 분위기에서 이 정도 용기도 상당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안보이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에 대한 의견도 안보인다. 황교수를 국보급 인재로 띄워준 정부는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들 황교수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그냥 황교수 한명이 일으킨 스캔들로만 보고 있을 뿐 과학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점은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의외로 딴지일보에서 좋은 글들을 발견해서 소개할까 한다.(글들이 길이서 제가 임의로 요약했습니다. 이 사건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가급적이면 원문을 보시길 바랍니다.)
처음 시작은 "[단상] 윤리도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원문 보기)는 제목의 딴지일보 기사였다.(이 기사 쓴 사람은 결국 자기가 틀렸다고 인정했다.)
(대충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1990년, 갈고리촌충이라는 기생충의 유충을 갖고 있는 돼지가 발견된 적이 있다. 우리 교실에서는 그 돼지를 돈을 주고 샀고, 촌충의 유충을 일일이 골라 파리크라샹 빵에 넣어 연구원 모두에게 먹도록 했다.
연구비 액수가 미국의 1%에 못미치는 우리나라에서 윤리 같은 걸 다 따져가며 연구를 했다간 발끝은 커녕 그림자를 쫓아가는 것도 버거운 일이 아닐까.
이정도다. 정말 실망스런 기사였다.
여기에 대한 의견들이다.
"선배님. 이러지 마시죠."(원문 보기)
(일부 발췌...)
선배님이 반론의 근거로 제시하신 우리나라에서 윤리 따져가며 연구해서는 백날 해봐야 선진국 따라갈 수 없다는 논리도 말이 안됩니다.
우선 첫째로 우리가 왜 생명공학 연구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거나 앞질러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나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연구라면 그 연구가 수행되는 국적이 중요한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체로 생명과학 분야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제적 이익에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에 비추어 본다면, 선배님의 이야기는 나라가 멋지게 돈 벌기 위해 몇몇의 난자쯤의 강요되어도 상관 없다는 논리 아닙니까.
국가 전체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위해 몇몇의 신체를 보호할 권리를 무시해도 된다는 이야기이니까요.
같은 사람의 또다른 답글(원문 보기)
(일부 발췌)..
첫째는 연구원의 난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연구에 사용할 수 없다는 윤리규정이 왜 존재하냐는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인데, 만약 연구원의 신체를 실험용으로 사용하는데 아무런 제제가 없다면,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부담을 안고 연구에 임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건강이 분명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기생충을 삼키는 정도의 일은 예사가 될 지도 모르며(갈고리촌충을 드셨던 선생님은ㅡ 지나고 나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셨더랬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실험하는 사람들이 존경받는 풍조가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어찌보면 헌신적인 그런 모습 조차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체로 연구에 기여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지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과연 황교수 연구의 비윤리성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황교수에게 그리고 그의 연구에 피해를 주고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황우석 교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PD수첩의 PD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네이처에서 처음 의혹을 제기했을때 부터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았을겁니다. 분명 네이처는 황교수의 연구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던 사람의 제보에서 시작된 보도를 냈었고, 아시다시피 저명한 과학저널(잡지로 번역할수는 없어서 저널이라 했습니다.)은 신뢰성이 그 생명인 바, 함부로 기사를 기재할 수는 없었을겁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황교수에 대한 대대적인 동정 여론이 조성되고, 그에 대한 비판을 반국가적인 행동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학계에서 황교수의 자리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연구의 윤리성과 진정성이 의심받기에 어떤 연구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는겁니다.
외국에서도 황교수의 업적을 거론하며 그가 범한 윤리적 오류만을 문제삼아 그의 업적 전체를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황교수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행위는 결국 그가 돌아올 곳을 없애버리는 근시안적인 행동일 수도 있는겁니다. 즉, 국익에 반하는 행동인거죠. 한국 학계와 사회가 내부에서 발생한 윤리적 문제와 진정성 문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어야만 한국의 이름으로 발표된 연구 성과에 불필요한 태클이 들어오는걸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생명윤리가 x나 지키기 어렵고 까다로운 게 아니야."(원문 보기)
(일부 발췌..)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한번 더 정리하면.
1. 난자를 기증 또는 매매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그 위험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할 것
2. 난자를 제공 받아 무슨 연구를 할건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것
3. 하급자로부터 실험재료인 난자를 제공받는 일은 가급적 피할 것
1, 2번 같은 경우 기증자(혹은 매매자)에게 한두시간 정도 설명하고 서류 몇장에 싸인 받음 되는 거야. 황우석 교수가 일일이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고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가 할 일이야. 아직도 나는 한양대 IRB와 박기영이란 사람이 생명윤리에 관해 무슨 일을 했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
연구를 늦추는 게 있다면 그건 까다로운 생명윤리규정이 아니라, 세계 최첨단의 연구를 한다는 사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아마추어처럼 미숙하게 일처리를 했고 그걸 또 1년 가까이 어물쩡 넘어가려 했던 일이야. 바쁠수록 돌아가랬다고... 급하다고 적당히 넘어가려 했던 태도가 일을 더 크게 만든 거지. 그런 점에서 IRB와 박기영은 죽도록 반성해야 해.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규정 만들고 규정에 따라야지. 누구 표현대로 이번 사건은 백신 맞은 셈이야.
"미국에서 생명과학 연구하고 있다는 사람의 답글"(원문 보기)
(일부 발췌..)
아 그리고 고양이 실험 햇던 친구에서 물어봐. 고양이를 죽이는게 잘못이 아니야. 나두 개 실험 많이 하거든. 실험에서 바라는 스펙대로 죽이긴 죽이되, 생명체로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게 실험하는 사람의 기본이지. 그 절차와 방법을 ACUC(동물실험에서 IRB 같은 거라고 보면 됨) 에서 인정 받는 거고. 그 친구가 망치로 고양이 머리를 때려 죽이겠다 하고 실험 계획을 작성해서 ACUC 의 승인을 받으면 그 실험은 잘못된게 아니야. 대신 죽을때 화학약품 주입하여 죽이겠다구 가라로 ACUC 승인 받고 약품 아낄라구 망치로 때려 죽였으면 그건 잘못이야. CNN 나와도 할말 없는 거거든.
엠비씨 관련하여, 국익에 도움이 될껄 피디수첩이 다 말아 먹엇네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어이없게 생각하는게 나만인가? 언론은 진실을 전하는게 존재 목적 아니야? IRB 윤리강령 지키지 않은거,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윤리적이지 못하네~ 하는게 아니거든. 연구의 결과가 인정받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절차야. 그거 어긴거, 잘못 된거야. 잘못을 은폐했고, 나중에 걸려서 시인했어. 황박사의 연구결과? 아주 훌륭해. 존경할만해. 하지만 연구과정에서 꼭 지켜야하는 바를 지키지 못했고, 그 잘못을 알고 잇으면서 아니라구 우기다가 뽀록 난거야. 연구 업적이 뛰어나다고, 그게 큰 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엇다고, 연구과정에서의 오점이 덮어지는건 아니거든.
제발 결과가 좋다고 과정에서 일어난 잘못 다 용서된다는 박정희/전두환 시절로 회기하지 말자. 군대에서 피아식별카드 외운다고 한방에 가둬놓고, 하나 못외울때마다 전원 졸라 패던 고참이 생각나. 그새끼 나중에 중대장한테 칭찬 받더라.
황교수와 IRB(원문 보기)
(일부 발췌..)
시간 졸라 걸려서 다 지키면 언제 연구하냐고라? 선민의식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겠소. 불편하고, 까다로운 절차라 하더라도, 생명체를 실험에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꼭 지켜야 하는 거라오. 대부분의 논문을 실어주는 협회에서 (네이처나 사이언스같은) 젤 중요하게 보는것중 하나요. 논문에 낼때, IRB 승인은 받았느냐 하는게 제출 요건이라오. 암만 내용이 천지개벽하는 내용이라도, IRB 승인 없으면 논문에 게제 못하오. 출판되어 세상에 알리지 못한다는 말이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말이요.
황박사네 연구에 난자가 필요하오, 당연히 IRB 승인이 있었겠소. 그 승인 받아가, 연구하고, 결과내고 논문낸거 아니겟소. 근데 나중에 보니 이거 그 승인에 대해 쪼끔 찜찜한 구석이 있더라 이거요. 그래서 졸라 물어봤소. 연구원중에 난자기증한거 몰랐다는 소리가 있던데, 그럼 IRB 승인 못받을텐데(아님 그 기준에 어긋나는 건데) 어떠케 된거요. 이때 졸라 우겻소. 그런적 없다고. 나중에 뽀록나니 그랬다고, 하지만 별 뜻은 없었다.
이게 졸라 말도 안되는 거라 이거요. 둘중 하나가 잘 못한거요. 황박사네가 몰라서 난자 기증했다고 해도, 그걸 관계자들은 알고 있었소. - 황박사나, IRB 관계자. 쌩까고 그냥 연구한거 아니오. 걸리면 문제될 껄 알면서, 아이 띠바 지킬거 다 지키면 언제 연구하나 그냥 해. 하는 도덕/윤리/안전 불감증이 문제를 야기 시킨 거요.
만약 나중에 황박사가 그 사실을 알았다 했을때,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우리는 사용할 수 없는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했으므로, 해당 난자 샘플에서 나온 결과를 연구내용에 포함 안시키면 해결되는 것이오. 이런 경우 나두 많이 있었소. 데이터는 가지고 잇되, 낭중에 알아보니 IRB 기준에 결격되는 것을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되오.
예를 들어 다른 발런티어의 난자 10개중 2개 성공, 연구원 난자 5개중 2개 성공 햇을시, 연구 결과에 4/15의 성공률 대신 2/10의 성공률이라 말하면 되는 것이오. 완전 도덕성의 문제라 할 수 있소.
연구하는 사람들 하루에 몇십번씩 자기와의 싸움에 빠진다오. 띠바 이렇게 싹 데이타 조작하면 대박인데, 이왕내는거 모양새 나쁜 데이타 쏙 빼면 내 가설 완전 성립하는건데. 그래도 그렇게 안한다오. 학자에게 정말 필요한건 도덕성이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외국에선 이 문제에 대해 그리 중요이슈로 생각 안하오. 다행이 모 유력 저널에서 연구를 무효시키지 않겟다고 발표한 걸로 알고 있소. 단지 관련 학계에 잇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 황박사 연구과정에 윤리적 헛점이 있겠구만, 혹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잇을 수 잇는 사람이구만, 이정도요. 황박사의 연구결과에 띠발 이거 별거 아니구만 하는 사람 없다 이거요. 황박사 개인으로 학자로서의 도덕성에 흠집이 간거 뿐이오. 낭중에 외국대학교수 하고 싶어져서 지원했을시 불합격사유정도로 작용하면 햇지 머 큰 실직적 손해는 아니오. 하지만 학자에게 있어서 도덕성을 의심받는것 만큼 치욕적인 것은 없을 것이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소. 옳은 것은 옳은 거요 그른 것은 그른 것이오. 이런 일이 있기까지 한국의 제도적 헛점과, 연구전반에 깔려 있는 끼워맞춰, 까라면 까자식의 무대뽀 정신이 안타까울 뿐이오.
*이왕 나온김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좀 풀어 놓자...
이런일이 터지고 국가주의가 몰아치는 상황에는 일반인과 과학계와의 의사소통 부족이 큰 원인을 차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계가 뭘 연구하는지 이해하고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과학계가 어떤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과학은 애국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씀 한마디에만 의존하고 있었으니 대중들에게 과학이 왜 필요한지 왜 기초과학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고 가끔 언론을 통해서 혹은 정부의 홍보를 통해서만 접하게되는 몇몇 과학자의 눈부신(?) 업적만을 접할 뿐인 대중들이 지금 사태를 단지 애국과 매국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몰아가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쯤에서 언론과 과학계의 관계에 대해 한가지 알리고 싶은점이 있다. 지금 부터 하는 얘기는 황교수 연구팀이 이랬을 것이라는 점이 아니라 과학계와 대중들의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그나마 정보가 오고 가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이 보여주는 과학계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 정도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사례 1.
A라는 획기적인 기술이 외국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보조적인 B라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즉, 기술 A가 획기적인 것이긴 하지만 실용화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기술중의 하나가 기술 B라는 뜻이다. 처음 A가 개발된 이후로 10여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한국 연구진에 의해 B 기술이 개발 되었다. 세계 최초다. 하지만 최초로 기술 B를 개발했다는 것이지 세계 최초로 기술 A를 개발했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술 B가 상업화에 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걸림돌을 남아 있다.)
이 기술 B를 개발한 국내 연구진은 언론사 기자들을 불러 모아서 자신들의 연구개발 결과를 홍보한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테고 실제로 이 기술로 돈을 벌 궁리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기자들 앞에서 멋들어진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하지만 기술 B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잘 이해도 안간다. 대중의 시선을 끌만한 획기적인 기본 원리는 기술 A에 담겨 있고 기술 B는 그야말로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뭔가 화끈한 특종을 원하던 기자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그래서, 세계 최초라는 거죠?"
연구진이 대답한다. "(뭔가 찜찜하긴 하지만)아... 그렇긴 하죠."
그 다음날 언론에서는 "국내의 XX연구진 세계 최초로 기술 A를 개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다.
대중들은 박수를 보내고 관심을 보낸다.
하지만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연구진이 항의를 한다. 기술 A가 아니라 기술 B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 아니냐고.
언론플레이를 한 연구진은 답한다. "우린 제대로 설명했는데 기자가 제대로 이해 못했나 보다."
하지만 기사를 수정해 달라는 조처는 하지 않는다. 기사 잘못 나갔다고 누가 징계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름이 팔렸으니 잘 됐네... 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 기자는 특종 잡아서 데스크에게 칭찬 받았을 것이고, 언론 플레이한 연구진은 대중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곳으로부터 약간의 비난은 받았겠지만 이름도 알렸으니 무척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사례 2.
외국의 어느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연구분야는 발표된지 이미 20~30년이 지났고 지금은 응용연구가 한참 진행중이었다.(원래 노벨상은 즉시 주어지는 것은 길게는 수십년의 세월 동안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인정 받고 관련된 연구 분야가 꽤 성장해야 상을 준다고 알고 있다.)
이 연구분야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다.
그런데 국내의 어느 연구팀에서 언론 플레이를 한다. 우리 연구팀이 그 기술을 이용한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홍보하며 시제품을 보여준다. 대중들은 그 신기한 신기술을 적용하여 신제품을 만들어낸 국내 연구진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반칙이다.
이미 수십년간 응용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이쪽 연구를 하는 왠만한 연구팀의 대부분은 그 정도의 조악한 시제품은 다들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시제품을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 언론 플레이를 해야 할 정도로 상업화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연구팀은 시제품을 만들어서 언론사 카메라 앞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의 기반이 되는 기본적인 성질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여 뭐를 개선했고 뭐가 문제인지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를 다른 경쟁 연구자들에게 알리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연구팀은 발빠르게 대응한 덕에 경쟁 연구팀들로부터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지만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으니 어느정도가 이익이었는지 손익 계산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꽤 종종 이런 언론플레이에 능숙한 연구팀들의 소식을 접하곤 한다. 이들은 그나마 부족한 대중과 과학계간의 의사소통을 돕기는 커녕 과학계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인식을 전달하고 말 뿐이다.
yayar
2005/11/27 09:32
2005/11/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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