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큰 간극 :: 2005/12/02 10:22

피디수첩이 애초부터 황교수의 연구 성과 자체에 트집을 잡고 '황우석 죽이기'에 몰두하려 했다는게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황교수 살리기에 나선다고 하는데...


정작 과학기술계(적어도 내 또래에서 내가 접하는 과학기술계 사람들)의 반응은 차분하다.

나 역시 연구책임자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사고를 당할뻔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책임자들의 안전, 윤리 의식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나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이 요구하는 안전,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는 연구책임자들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막상 연구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연구책임자들로부터 (적어도)인격적으로 뛰어나다거나 존경할만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한다. 연구 책임자들의 "뭐 그냥 해보는게 어떨까"라는 말은 정작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말단 연구원들에게는 "니 몸둥아리 내팽개치고 해봐"라고 들리기 때문이다. 아마도 상당수의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황교수 팀 연구원의 자발적(?)인 난자기증에서 발생한 스캔들을 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있기에 황교수에 대해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갖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물론 그정도가 뭐 어떠냐는 입장도 간혹 들린다마는... 그동안의 자기 학대(?)에 익숙해진 결과라고 생각된다.

또한, 과학자가 대중에게 연구의 미래에 대해 지나친 장미빛 환상을 심어준 것이 지금의 사태를 일으킨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도 반성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자..."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어도 젊은 과학도들에게서는) 나오고 있다.(나 역시 대중과 과학사이의 오해와 몰이해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뭐 얼마나 영향을 끼쳤겠냐마는... ㅡ,.ㅡ)

즉 황교수에 대한 평가 자체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과학계의 현실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언론, 정부가 만들어냈으며 황교수 역시 이에 동조하고 이용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방관해왔던)황교수에 대한 지나친 환상, 기대 없이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류보다는 오류를 지적한 집단의 속셈에 대해 집착하며 황교수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대중들의 모습이 과도하다고 느껴지고 있는 것일테다.

대중이 언론에 비친 황교수의 모습과 그의 발언을 중심으로 그를 평가했다면 과학기술계의 사람들은 그의 연구 성과와 언론에 나타나지 않는 그의 모습과 발언을 중심으로 그를 평가해오지 않았을까. 황교수의 연구분야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대부분의 과학기술자들의 경우라면 황교수에 대해 이미 어떻게 평가했다기 보다는 언론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평가하는것을 유보했다고 보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언론에 나타나는 과학기술자들의 모습과 진실사이의 간극을 예측하는 것이 -경험을 통해-충분이 가능했었을 테니까.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이런 기본적인 입장 차이에서 시작한 대중과 과학기술계 사이의 인식 차이는 과학기술계의 연구 문화와 제도에 대한 대중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편견이 개입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는듯 하다.

다른 누군가가 제보한 의혹도 아니고 연구원 중의 누군가가 연구 성과에 대해 제보했다면 그건 충분히 의심할 만한 가치가 있고 당연히 재검증 해봐야 한다.

또한 언론이 검증하지 못할 것도 없다. 어떤 연구이며 그 연구중 어떤 부분에 대한 검증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언론사 기자가 직접 실험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연구기관에게 의뢰해서 실험이 이루어 지면 되는 일이니 언론이 못할일은 전혀 아니다.

물론 언론사가 검증의 주체가 되기 보다는 언론사의 제보로 관련 학회가 나서서 검증을 하는 모습이 가장 보기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언론사 기자가 다른 연구기관의 검사 결과를 가지고 검증 결과를 설명하는 것 보다는 언론 앞에서 다른 전문기관이 검증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결과에 대한 잡음도 없애고 훨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일테니. 부실한 연구 지원 관리 시스템이 원인일 것이다.


사이언스나 네이쳐 수준의 저널의 권위에 대한 오해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미 이 수준의 저널에서 조작으로 인해 논문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으며 이들의 권위라는게 푸른 하늘에 떠있는 하얀 구름 같이 함부로 더렵혀서는 안될 것 같은 정도는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나온 기사만 봐도 그렇다.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을 싫어준 사이언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네이쳐의 확연한 입장 차이에서 이들이 갖는 권위의 실체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들에게도 밥그릇은 중요한 것이다. 수년전에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위험성에 대한 논문이 네이쳐에 게재될 예정이었다가 돌연 취소되고 오히려 이를 반박하는 논문이 실렸던 사건을 봐도 대중들이 이들의 권위에 대해 잘못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을까.






이제 뭘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겠지만.... 대중과의 엄청난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을 견뎌내기가 무서울 지경이다. 황교수의 잘못에 무게 실린 의견이나 (황교수가 용인하고 외면한)정부의 왜곡된 연구 지원에 대해 성토하면 배아픈 자들의 시기라는 비아냥을 견뎌내야 할 지경이다. 여기에도 과학기술자들의 지금 상황에 대한 큰 오해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사건이 대면하기 싫은 진실을 보여주게 되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흔히 말하는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이 '국익'의 손실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접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국제 학계에 자신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야 하는 과학기술자들 본인이다. 한국 연구팀에 의해 제출된 연구 논문을 바라보는 논문 심사 위원들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지 생각해보면 한국 과학기술자들의 처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따라서...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 일이 끔찍한 결과로 나타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과학기술자 자신들이다. 이들이 모두 자학 증세가 있어서 황교수의 잘못을 두둔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대중과 과학기술계의 이러한 간극들에 대한 책임이 과학기술계 자신에게도 있으며 이를 외면하지 않고 두 집단 사이의 소통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황교수를 대중들이 하는 것 만큼 옹호하지 않는 과학기술자들)에게 적개심을 품기 시작한 대중들에게 알몸으로 다가가기에는 내가 그다지 용기있지 못한듯 하다.



지금 시점에서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되는 집단이 있다. 황교수가 했을 잘못을 저지른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도 저지를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연구책임자의 역할을 하는 어르신들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계신 것일까. 국가의 연구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적어도 내부적으로는-열심히 성토하면서 자기 자신 역시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사건에 대해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는 그 무수한 학회의 어르신들과 교수님들 말이다. 뭐라도 한마디 발언해야 하지 않을까?


바라보니 씁쓸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자니 내 앞에 놓여 있는 '일'들이 발목을 잡는다. 다들(어르신들 포함) 조금씩만 책임을 나눠 갖으면 좀 더 수월할텐데 말이다.





* 논문 심사가 통과하기 위해서는 논문 심사위원들의 재실험을 통한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그래서 이미 사이언스에서 실험으로 검증한 걸 다시 검증하자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어떤 '기자(?)'의 글을 봤다. 처음에는 분명 기자 사칭이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린가... 했었는데.... 혹시 그런 저널이 있나? ㅡ,.ㅡa 적어도 내 분야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소리다.


**기사를 보니 이런 대목이 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이 계속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내가) 학계에 보고했던 것"이라며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모른 채 검증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거... 배양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이 계속 일어나서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엄청난 진실을 고백한 것 아니야? ㅡ,.ㅡ 아님 이사람 뭣도 모르고 한 헛소린가?

2005/12/02 10:22 2005/12/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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