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은 없다? :: 2006/07/19 07:37
최근에 모 게시판에서 좀 저열한 수준으로 논쟁을 했었다. 뭐, 논쟁 까지는 아니고 하도 쌍소리를 해대길래 나도 비슷한 수준에서 그냥 파다닥~ 한 정도.
예전에 다른 게시판들에서도 여성주의와 관련한 논쟁을 하다가 내가 남성이라는걸 밝히면 거짓말이라고 극구 부정하는 사람들을 접하곤 했었다. 심지어 도저히 인정을 못하겠는지 '성전환한 변태 트랜스 젠더'라는 소리도 가끔 하더군.
이번에는 쫌 더 심했다. 이리 저리 검색을 해보고는 이 홈페이지 주소를 알아내서 여기까지 와서 뒷조사를 한 듯. 그리고는 결론이... 아줌씨 개구라 치지 마시고 고양이나 잘 기르라고 한다. ㅠㅠ
허걱... 뒷조사까지 할 정도의 치밀한 사람들이 이 홈페이지를 보고 내가 여성이라고 확신을 했다는 소린데... 대단(?)하다.
뭐 사실 "난 페미니스트 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만한 수준은 전혀 못된다는걸 나 자신도 안다. 그런데... 남성이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게 그리 생소한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서 즉각 '개페미가 개구라 친다'고 반응할 만큼 남성 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은 이 사회에서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일까? 글쎄.
예전에는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사이버 폭력을 앞서서 상대하는 남성들 모임이 있었고 그들에 대한 기사가 한겨레에 실린적도 있었다. 심지어 사진까지 보란듯이 공개하면서.(찾아보니 그 기사를 발견했는데... 사진까지 떡하니 있어서 링크하기 쫌 그렇다. 사진이 공개되어 있을 경우 어떤식의 인신공격들이 가해질지 뻔하니까)
뭐 아무튼... 예전에 여성주의에 대해 항복(?)을 인정하고 처음 접한 여성주의 이론서... 까지는 아니고 남성이 쓴 여성주의에 대한 수필... 정도쯤 되는 책이 있었다. '나는 남자의 몸에 갇힌 레즈비언'이라는 책이다. 문득 예전에 한겨레에서 이 책의 작가와의 인터뷰를 기사화 했던게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봤다.
기사 '남자 몸에 갇힌 레즈비언'
이번일도 있고 해서.... 눈에 확 들어왔던 대목 두개만 인용하면...
남성들이 많이 발언한 것이 아니라 과잉대표되고 있는 것이고, 그것조차 극소수의 자유주의자들 뿐입니다. 사실 남성이 여성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부분은 제도 개선의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그들 역시 남성으로서의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발언공간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남성이기 때문입니다. 담론 생성에 남자가 개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죠. '남자가 처를 부양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면 기생계급으로 지탄받을 수도 있지만, 지나친 책임감을 가지는 것 역시 '지가 뭔데 날 부양한다고 해?'라는 식으로 비판받을 소지는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남성은 남성들 내부에 있는 무지와 편견을 폭로하는 작업만을 해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 역시 권력작용이나 권력유지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주제넘은 짓이죠.
뭐... 내가 남성인걸 인정하는게 그렇게 싫다면 맘대로 착각하고 지내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이게 내가 인신모독 한번 당하고 만것으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을것 같아서 걱정이다. 게다가 제대로 토론한것도 아니고 비슷한 수준으로 거의 쌍소리만 해댄 수준이라 오히려 역효과였을테고...(ㅠㅠ)나중에 다른곳에 가서도 진실은 외면하면서 "내가 아는데, 개페미들은 항상 지가 남자라고 뻥치고 다녀. 내가 그런 찌질이 봤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여성주의 진영에 흠집내기를 할까봐... 그래서 괜히 여성주의자들에게 민폐만 끼친게 될까봐 걱정이다.
쩝.... ㅡ,.ㅡ
*그리고 보니 우리 홈피 검색어 중에 내 이메일 주소가 있었던 이유가 그거였구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