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영화 300 감상문 :: 2007/10/08 05:51
(꽤 쌍스러운 표현들이 등장하니 주의하시길)
처음 한 반 정도는 잘 봤다. 듣던 데로 화면과 대사마다 넘쳐나는 백인우월주의가 거슬렸고 훈남들의 복근쇼와 슬로우 화면을 남용한 과장된 연출도 거슬렸지만, "그래 뭐... 감독 의도대로 생각 없이 그냥 눈요기나 해주마"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지날 때쯤, 싹뚝싹뚝 잘려나가는 야만인(?)들의 팔다리, 머리통과 넘쳐흐르는 핏줄기들을 보다가, "아니 굳이 저렇게까지 막장 잔혹쇼를 보여주고 즐기라고 해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 영화의 최면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나니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연출 능력까지도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남발하는 슬로우 화면과 복근쇼들이 너무나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후퇴하는 그리스군 대빵이 말타고 가는 장면까지도 슬로우 화면으로 처리할 정도로 남발해댄 과장된 연출들은 이 영화감독의 재능을 의심해야 할 정도라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당신 복근쇼와 슬로우 화면 빼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아냐?
그리고 결국 마지막 10여 분을 다 보지 않고 관둬버렸다.(테라네는 낄낄대면서 끝까지 봤다)
무슨 이런 엿 같은 영화가!
영화 블랙호크다운을 숨죽이며 보다가 마지막 자막을 보고 난 후에 밀려드는 "속았다!"라는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아니 이번에는 영화 중간에 그 실체를 파악했으니 배신감(?)이 덜하긴 했다.
자유(?)라는 고귀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무식하고 야만적인 유색인종 대군단을 상대로 잘생긴(!!) 백인 복근남들이 지혜와 초인적인 힘을 동원하여 장렬하게 싸워나가는데 이들의 숭고한 투쟁이 실패해버린 이유는 (그럴줄 알고 미리 소외시켜놨던)생긴것 만큼이나 영혼도 추악한 소수자 였더라?
감독, 미쳤냐?
이 영화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백인우월주의와 각.종. 차별주의들을 외면하고 '그냥 영화로 즐기라'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렇게 노골적인 막장 우월주의를?
그 시대 역사에서, 그 시절 가치관 안에서는 미덕이었고 이를 최선을 다해 지킨 그들은 그 시대의 모범이었다 할지라도 그걸 21세기에 이렇게까지 까놓고 찬양하는 건 감독과 원작가에게 사상검증이라도 받아보게 하고 싶을 정도이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나타나는 이런 파시즘의 이데올로기가 불편했는데... 이 영화는 아예 노골적으로 찬양을 해버린다. 조국을 지키고자 장렬히 산화한 300명의 복근남들의 이미지로 관객들의 눈을 희롱하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어떻게 봤나 싶어서 네티즌 평이나 평론가의 리뷰들을 좀 훑어봤다.
역시나 우려대로 "정말 멋진 300, 진정한 남자들" 따위의 반응들이 있었고
영화 평론가의 요따구 10자평도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위와 같은 반성문도 있었다.
그래서 이 반성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05&article_id=45536
*그리고 보니... 진중권이 디워까면서 말한 [인문학의 부재]라는 말은 이 영화의 흥행사태(!)를 묘사할 때에나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