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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프라이팬 코팅제는 멜라민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오보라죠. 나중에 식약청에서 멜라민은 불에 닿으면 녹는(타는) 합성수지라서 코팅제에 쓰이지 않는다, 코팅하는 건 불소수지(테플론)다라고 반박했고요.

좀 돌아다녀 보니 "멜라민은 350도에서 녹는 합성수지이고 열분해 되면 독성 가스가 나오는데 이걸 가열기구에 코팅했다는 걸 그대로 믿는 바보들"이라는 내용의 글들이 보이더군요.

화학전공도 아니고 고분자 전공도 더더욱 아니지만, 한국에 있을 때 불소중합체 샘플을 잠깐 다뤄봐서 여전히 조금 기억 나는데... 저 논리도 가관입니다.

테플론도 합성수지입니다. 정식 명칭은 poly(tetrafluoroethylene). 줄여서 PTFE. 고온에서 녹죠. 테플론의 녹는점은 330도 정도고 이 온도 넘어서면 독성 가스(http://en.wikipedia.org/wiki/Polymer_fume_fever)도 나옵니다. 이 가스를 흡입하면 마치 독감에 걸린 것 같은 증세를 보인다고 하는 군요. 변성이 시작되는 온도가 대충 260도 정도인데 이 온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작은 입자들이 방출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일시적인 것이라서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합니다.(http://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4716.php)


그렇다면 테플론 코팅은 멜라민 코팅보다 더 위험한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단, 왜 안전한가는 코팅제들의 녹는점만 가지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불소중합체가 그러하듯 테플론도 화학적으로 무척 안정적입니다. 대부분의 유기용매에 거의 안 녹습니다. 그래서 뭔가가 녹아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안 녹는다고는 아마 말할 수 없겠지만)플라스틱들 중에서는 가장 안전할 겁니다. 그래서 오일을 많이 쓰는 요리에도 비교적 안전할 테고요. 다른 주방도구들, 금속이나 도자기로 만들어진 것들에 비해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온도에 관해서도 따져 볼 수 있는데 여기부터는 위키피디아의 힘을 빌려보죠.

http://en.wikipedia.org/wiki/PTFE

대부분의 조리용 오일들은 섭씨 200도 정도에서 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육류를 기름에 익힐 때의 온도는 200~230도 정도. 반면 테플론의 녹는점은 327도이고 변성이 시작되는 온도는 260도라고 합니다. 즉, 대개의 경우 요리재료가 타거나 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문제가 발생할 정도의 고온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이죠(230도가 좀 걸리기는 하죠). 하지만 아무 재료 없이 가열하면 저 온도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걸 가지고 테스트 해 본 사람들이 있더군요.

http://health.ninemsn.com.au/article.aspx?id=154810

베이컨 같은 육류들을 익힐 때 18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은 별로 없나 봅니다. 하지만 음식물 없이 가열했을 경우에는 2, 3분 만에 고온까지(온도는 안 나와 있네요) 빨리 가열되고 어떤 화학물질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 시간은 불 올려놓고 잠깐 한눈 파는 데 걸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조심하라고 하고 있고요. 물론 저 냄새라는 게 팬에 눌어붙어 있던 (눈에는 잘 안 보일 정도의)적은 양의 기름이 타면서 나는 냄새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어쨌든 주의해서 나쁠 건 없겠죠.

위에서 링크해 드렸던 웹문서 중에도 직접 실험해 본 사례(http://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4716.php)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베이컨이 바삭하게 구워지는 온도가 대충 260도 정도였다는 군요.

어쨌든 재료 없이 고온으로 가열하지 않고 고온(260도 이상)으로 가열하지 않는다는 점만 주의하면 테프론 코팅 자체는 (적어도 다른 플라스틱 제품들보다 비교적)안전한 것 같습니다. 주로 고기 구워 드실 때 주의하셔야겠네요.


그런데, 좀 더 검색해보니 요즘 테프론의 안전성에 관해서 새롭게 떠오르는 논란이 있더군요.

http://en.wikipedia.org/wiki/Perfluorooctanoic_acid

Perfluorooctanoic acid(PFOA) 혹은 C8이라고 불리는 물질이 있다고 합니다. 위의 테프론 중합 과정에 유화제로 사용되나 봅니다.
 
이 물질이 발암물질일지도 모른다고 의심받고 있다는군요. 일부 과학자의 주장은 아니고 EPA(미국의 환경보호국)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위 링크 참조). 태아 성장을 방해해서 심한 경우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위의 위 링크 참조). 이 물질이 미량이지만 테플론 코팅된 프라이팬에서 검출된다고 하고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식 포장지에 함유되는 불소수지로 코팅된 종이(모든 경우에 다 쓰이는 것은 아님)에서 이 물질이 88,000-160,000 ppb만큼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전자렌지로 가열해 먹는 팝콘 포장지에서는 6-290 ppb정도 검출되었다고 하고요. 이런 이유로 버거킹은 2002년부터 불소중합체가 코팅된 포장지 사용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1 ppb는 흔히 쓰이는 1 ppm 보다 천 배 적은 양에 해당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1 ppm은 백만분의 일에 해당하니까 1 ppb 는 10억분의 1.

테플론 코팅 된 프라이팬에서는 팝콘 포장지에 비해 300분의 1 이하의 미량 정도가 검출된다고 하는군요.(http://pdfserve.informaworld.com/187653__727271812.pdf) 이런 이유로 테플론을 생산하는 뒤퐁(Dupont)에서는 제대로 만들었다면 극히 미량만 잔류하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위 논문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논문에서는 코팅 팬의 PFOA 잔류량을 측정한 것뿐 아니라 코팅 팬에 물이나 오일을 담고 가열했을 때 코팅 팬에 잔류하는 PFOA가 얼마나 물 혹은 오일로 녹아 나오는지도 측정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맨 왼쪽은 가열한 온도, 세 번째 는 물에 녹아나온 PFOA의 양, 맨 오른쪽은 오일에 녹아나온 PFOA의 양을 나타냅니다.

물을 100도에서 2시간 동안 끓였을 경우 물 1 kg 당 1.6 micro-gram이 검출되었습니다. 1.6 ppb에 해당합니다. 오일을 100도와 175도에서 2시간 동안 끓인 경우 오일 1 kg 당 각각 1.3과 7.7 micro-gram이 검출되었고요. 각각 1.3 ppb 와 7.7 ppb에 해당합니다.

이 정도면 극히 적은 양이죠. 그렇다면 이 정도면 안전한 걸까요? 미국인들을 조사해보면 평균 수 ppb 정도의 PFOA가 혈액에서 검출된다고 합니다(http://www.ehponline.org/members/2007/10598/10598.pdf).

다른 얘기를 더 보겠습니다.

미국의 한 지역에 있던 Dupont사의 공장에서 PFOA를 매립지에 그냥 버려온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2001년 지역 주민들이 수백 마리의 소가 죽은 것이 Dupont이 지금까지 버려온 PFOA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고소했다고 합니다. 이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회사에서는 이미 이 사실을 1984년부터 알고 있었다는군요. 회사 쪽에서는 극히 미량이기에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공표하지 않았다고 하고요. 이후 미국 환경보호국이 2004년에 Dupont에게 소송을 했고 그다음 해에 벌금 천만불에 관련 연구 및 교육 비용으로 6백만불을 Dupont사가 지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물론 PFOA 유출양도 98% 이상 감소시켰고요.(http://en.wikipedia.org/wiki/DuPont_and_C-8)

여기서 수치 하나가 등장하는군요. 미국 환경보호국이 Dupont사에 명령을 내렸는데, 웨스트버지니아와 오하이오 주에 있는 해당 공장 주변 지역 식수에서 0.5 ppb 이상의 PFOA가 검출되면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거나 치료비를 부담하게 했다고 합니다. 뉴저지주에서는 식수의 PFOA 허용량(정확히는 preliminary health-based guidance)을 0.04 ppb로 정했고 미네소타주에서는 0.5 ppb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 외 대부분의 주에서는 아직 결정을 안 한 상태고 미국 환경보호국에서는 열심히 연구 중인가 봅니다. 기준치를 낮춘 주에서는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니까 기다리지 않고 미리 안전을 위해 예방적 조치를 취한 듯하고요(http://pubs.acs.org/subscribe/journals/esthag-w/2007/apr/policy/rr_PFOA.html).


미국 환경보호국에서는 아직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 하기에 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관련제품들의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군요.  (http://www.epa.gov/oppt/pfoa/pubs/pfoainfo.htm)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른 것 같다는 말인 듯합니다.

하지만, 테프론 코팅 용기에서 2시간 동안 끓인 물과 기름에서 약 2~8 ppb 정도가 검출될 수 있다는 점,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허용치를 0.5 ppb 혹은 0.04 ppb 로 지정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대충 답은 나오는 듯하군요.

당장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슬슬 테프론 코팅 제품들(특히 열을 가하게 되는 것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 제대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워서 PFOA 잔류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아닐지 의심되는 어느 나라 제품들이라면 더욱.

그럼 뭐로 바꾸는 게 좋을까요? 스뎅? 도자기? 유리? 일단 스뎅이 어디에 안좋다는 얘기나 자료는 아직 안보이는 것 같으니 스뎅이 좋을 것 같군요. 유리는 쓰기 너무 어렵고... 도자기? 이건 아는게 없어서요. 그리고 스뎅이 이쁘더군요. 작은 스뎅 팬 하나랑 냄비 두개가 있는데 잘 안닦아서 그렇지 잘 닦아서 쓰는 사람들 보면 아주 그냥~. 참, 무쇠 솥, 팬은? 아무튼 그것들도 안좋다는 얘기 나오면 걱정은 그때 하고... 에고... 살기 어려워.


참, 그런데 왜 테플론을 가열조리기구에 코팅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세상에서 두분째로 미끄러운 물질이라고 합니다. 도마뱀붙이가 달라 붙을 수 없는 유일한 물질이기도 하다네요. 그래서 음식물이 들러 붙지 못하게 하기 위한 코팅제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퍼가지는 말아 주십시오. 링크 하시는 건 괜찮습니다.
2008/10/03 10:02 2008/10/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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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샐리의 오두막 | 2008/10/03 23:25 | DEL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 안전성 - yayar 님 코팅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코팅제는 무엇이며, 그 성질은 어떠한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글입니다. 특히나 이번의 ["멜라민 수지로 프라이팬을
샐리 | 2008/10/03 23: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멜라민은 350도에서 녹는 합성수지이고 열분해 되면 독성 가스가 나오는데 이걸 가열기구에 코팅했다는 걸 그대로 믿는 바보들" <- 저도 이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것도 뻘소리였군요. 테프론이 더 낮은 온도였다니...OTL 저처럼 선무당에게 잡힌 사람들을 위해 링크 가져가겠습니다. 늘 좋은 설명 감사드려요 ^^
yayar | 2008/10/04 07:35 | PERMALINK | EDIT/DEL
아마도 식약청이 "멜라민은 직접 가열하면 타버리는 열경화성 수지"라면서 설명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더 철썩같이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테플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처럼 들려서요. 식약청이 뭘 몰라서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명박 정부의 '괴담은 괴담으로 진화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실행한 것 일지도 모르겠군요.
yayar | 2008/10/04 07:47 | PERMALINK | EDIT/DEL
샐리님 블로그에 스뎅(어감이 참 좋아요. 스뎅~ ^^)팬 얘기가 나와서 잠깐 제 경험을 덧붙이자면...

저희도 처음 사와서 계란 후라이 하나 제대로 못했었습니다. 예열을 오래해야 한다는 것만 알아지 요령을 몰랐거든요. 나중에 제대로 사용법을 알고 난 이후에는 쉽게 하고 있고요. 사실 예열 시간 보다는 요령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은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 요령은... 검색해보시면 나옵니다. ^^a

심심할 때 이거나 올려볼까?
샐리 | 2008/10/04 12:33 | PERMALINK | EDIT/DEL
사실 이전에 쓰던 계란용 16cm 프라이팬이 망가졌을 때 스뎅(어감 귀여워요 >_<)팬을 알아봤는데, 스뎅팬에서 제일 힘든 게 계란 후라이라는 얘길 듣고 조용히 접었습니다. 근데 요령이 있으면 시간이 거의 비슷하다니 놀랍군요. @.@ 한번 포스팅 부탁요!!
yayar | 2008/10/06 08:33 | PERMALINK | EDIT/DEL
아이고, 이거 괜히 큰소리 펑펑 친 것 같네요. 사실 별건 아니고... 스뎅팬 제대로 쓰려면 예열을 어떻게 몇분씩 하라는 얘기들이 있잖습니까, 써보니 이 방법들은 정말 잘~ 쓸 경우에 해당하고요, 그냥 그럭저럭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그 방법들을 엄격히 지키지 않아도 되더군요. 그래서 원래 어느 단계에서 시간을 어느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대충 일찍 그 단계를 넘어간다던가... 이런식입니다.
nonsugar | 2008/10/06 12: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테라님의 게시물중 생리통과 환경호르몬에 대한 글을읽고 스텐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스텐프라이팬을 구입했어요. 헌데 불조절이 힘들어서 잘 안쓰게되었었는데,다시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그러고보니 제가 크리스탈 캣츠를 알게된뒤로. 환경호르몬,스텐,고양이 채식,그리고 정치까지...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아갑니다. 고맙습니다.^^
chocolat | 2008/10/06 11: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체에 해가 될수 있다는건 여태 무시하면서 잘썼는데 언젠가 부터 코팅팬이나 코팅냄비에서 조리된 음식에서 잡냄새가 나는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부터 스뎅으로 바꿨어요..고양이랑 살면서 고양이코가 됐는지 왜 평생 못느꼈던 냄새들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그치만 역시 스뎅은 성질 급한 제가 쓰기엔 아직은 험난하더군요 ㅠㅠ
yayar | 2008/10/07 15: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nonsugar//에고,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스뎅팬 몇번 (심각하게는 아니고)태워보니까 이제 계란 후라이 정도는 쉽게 되더군요. 역시 연습이 중요...
chocolat//저희도 간단한 요리 이외에는 아직 적용 못하고 있습니다. 팬이 작아서이기도 한데... 조만간 좋은 것 하나 장만해서 이것 저것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잘 되면 글이라도 한번 올려볼 생각입니다.
나무 | 2008/10/13 13: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코팅 프라이팬도 늘 예열 후 사용해 와서 스텐레스에도 무쇠에도 쉽게 적응했어요. (적응이 안 되는 건 무게입니다, 무게! 스텐레스는 그나마 낫지만, 무쇠는....OTL)
불만제로에서 코팅팬 구입자가 AS 센터에 항의하자 상담원이 5분간 예열을 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었어요... - -; 어차피 예열해야 되는 거면 비교적 안전한 스텐레스나 무쇠를 쓸 텐데, 소비자들은 코팅팬을 예열해야 된다는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잖아요.
하지만 달라붙지 않는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현재의 프라이팬 대세가 확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yayar | 2008/10/14 14:39 | PERMALINK | EDIT/DEL
5분간 예열? 제가 이거 쓰면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5분이면 유해물질이 나올지도 모르는 온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했거든요. 게다가 음식물 없이 예열하는 거니까 더욱. 어허... 이거 스뎅팬을 더 열심히 연습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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