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때 그외의 여러가지 사안에 대한 투표도 같이 합니다. 예를 들어 그 지역에 적용되는 어떤 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기도 하죠. 이런 사안들 중에서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안이 '동성결혼금지 주민발의안'입니다. 현재(아마 작년부터?) 동성결혼이 허용되고 있는데 이를 금지시키자는 것이죠.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아마 이 발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가 봅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관계로 교민들 사이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게 인터넷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그런데요. 이들,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들이 동성결혼을 금지시키자면서 그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 중에 눈에 띄는게 몇가지 있습니다.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면 친족혼, 근친혼, 수간등이 성행할 것이고 실제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에서는 이런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예로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를 꼽습니다. 이렇게 말하죠.
"네덜란드는 2001년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였고, 현재는 친족결혼, 중혼 (poligamy) 도 합법화 되었습니다."
"스웨덴은 1994년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였고, 현재는 형제간의 결혼도 합법화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결혼의 가치관은 깨어졌습니다. 동거와 결별은 흔하게 되었으며, 50%의 아기들이 아빠 없이 태어 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1989년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였고, 덴마크 교육청은 고등학생들에게 노골적인 동성 성관계, 3인 성관계, 수간 (bestiality) 등을 보여 주는 CD를 제작하였다가 후에 금지당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나씩 살펴봅시다.
일단 네럴단드. 돌아다니는 글을 다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네덜란드는 2001년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였고, 현재는 친족결혼, 중혼 (poligamy) 도 합법화 되었습니다."
2001년 동성결혼 합법화 된 것은 사실(http://en.wikipedia.org/wiki/Same-sex_marriage_in_the_Netherlands)입니다. 이성간 결혼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단 한가지 예외가 있는데 '입양'에 대한 것이라고 하는 군요. 여성 동성 부부 중 한명이 아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아이 어머니의 부인은 부모로 인정되지 못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그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두번째)어머니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하고요.
친족결혼은 어떨까요. 근친혼의 경우 대부분 사촌간의 결혼을 지칭하는 것 같아서 이쪽을 알아 봤습니다. 사촌간의 근친혼이 합법화 되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찾지 못했습니다. 영문 자료에서는 보이질 않고 네덜란드어로 작성된 자료는 보입니다만... 제가 그걸 어찌 읽겠습니까. 하지만 돌아다니는 글들을 보면 근친혼을 금지시키지 않은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네덜란드만 그런건 아니죠. 가까운 일본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게 동성혼을 합법화한 이후에 생긴 일이 아니고 이미 이전부터 금지시키지 않고 있었던 듯 하고요. 물론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동성혼 합법화를 적극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이 마치 동성결혼 합법화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근친혼이 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확실히 사실이 아닌 듯 합니다.
이에 관한 몇가지 글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http://snouck.blogspot.com/2008/03/large-number-of-cousin-marriages-in.html
네덜란드에서 사촌간에 결혼하는 풍습이 있었고 2차대전쯤 이후에 이 풍습이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슬람교 이민자가 늘어났고 이들 사이에서는 사촌간 결혼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이런 이슬람교 이민자들로 인한 유럽에서의 결혼 풍습 변화에 대한 연구 논문도 있던데 본문을 열어볼 수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유럽인들 중에서는 이런 이유로 이슬람 이민자들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핵심은 이겁니다. 네덜란드에서 사촌간 결혼이 증가한 것은 이를 허용하는 이슬람 이민자들의 증가 때문이지 동성혼 합법화 와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중혼은 어떨까요. 네덜란드에서 중혼이 합법화 되었다고 '오해'하게 만드는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http://www.brusselsjournal.com/node/301
여기에 소개된 기사에서 남자 한명과 여자 두명이 결혼을 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다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http://www.anonymousliberal.com/2005/10/is-polygamy-really-legal-in.html)라고 합니다. 이 세명이 한 것은 결혼이 아닌 동거 계약(cohabitation contracts)이었고 자기네들끼리 진짜로 결혼한 것 처럼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중혼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고요. 그리고 이런 3인 이상의 동거를 금지시키자는 움직임이 의회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하고요. http://www.brusselsjournal.com/node/354
참, 네덜란드는 수간을 금지시키는 법안도 만들었더군요. http://news.mk.co.kr/newsRead.php?sc=40000005&cm=%EC%98%A4%EB%8A%98%EC%9D%98%20%ED%99%94%EC%A0%9C&year=2008&no=143436&selFlag=&relatedcode=&wonNo=&sID=300
아마도 동물보호법에 입각한 판단이 아닌가 하네요.
그리고 법 제정 당시 반대했던 네덜란드의 기독교 정당(기독 민주당?)은 현재 유력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취소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네요. 교회측에서는 합법화 이후 동성결혼을 축복할지 말지 여부를 각각의 교회가 판단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재는 많은 교회가 동성결혼을 축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두번째로 스웨덴을 살펴보죠.
"스웨덴은 1994년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였고, 현재는 형제간의 결혼도 합법화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결혼의 가치관은 깨어졌습니다. 동거와 결별은 흔하게 되었으며, 50%의 아기들이 아빠 없이 태어 나고 있습니다."
개신교인들이 퍼나르는 글에는 1994년에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되었다고 써있습니다만... 동성결혼도 아닌 동성간 동반자 등록법이 제정된게 1995년 입니다(http://en.wikipedia.org/wiki/Civil_unions_in_Sweden). 이건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게 아닙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결혼한 부부가 아닌 동거 커플들에게도 부부들과 똑같은 법적 권리를 부여하죠. 이 것을 동성 동거 커플들에게도 적용되게 한 것입니다. 아무튼 동성결혼이 1995년 이전에 합법화 될 수가 없죠.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 것은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이고 이게 2001년입니다.
스웨덴에서는 2005년에 정부에서 유력 정당들에게 동성혼을 인정해야 마느냐를 가지고 연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네요. 결론이 2007년 3월까지 나오게 되어 있었고요. 현재는 국회에서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결론이 안나왔다고 합니다(http://en.wikipedia.org/wiki/Same-sex_marriage_in_Sweden). 교회는 어떨까요. 2007년 스웨덴 교회에서는 동성결혼을 인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결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고요.
동거와 결별이 흔해지고 전통적인 결혼의 가치관이 깨어진게 마치 동성 결혼 때문인 양 써있던데... 유럽 중에서도 특히 북유럽에서 전통적 가족 개념이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90년대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즉,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걸 조장했다는 식의 주장은 증명되기 무척 어렵겠죠.
스웨덴에서 친족혼이 합법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 형제자매(half sibling), 즉 부모 중 한명이 같은 경우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동성혼 합법화 이후에 생긴건 아니고요, 원래 스웨덴이 예전부터 그런 풍습을 가지고 있었고 불법, 합법을 오가다가 1937년에 합법화된 이후로 계속 유지되고 있나 봅니다(
http://books.google.com/books?id=xISnlxpfKNoC&pg=PA91&lpg=PA91&dq=cousin+marriage+in+sweden&source=web&ots=EjaBwdEO8U&sig=Ag5IETOV8c9eM0Mnb2tp_-FBYyE&hl=en&sa=X&oi=book_result&resnum=1&ct=result#PPA92,M1). 현재도 여전히 합법이고요. 하지만 마음대로 결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Laws_regarding_incest#Sweden). 아무튼 이것도 동성혼 합법화 이후에 생겨난 건 아니고 그 훨씬 이전부터 원래 계속 그래왔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덴마크.
"덴마크는 1989년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였고, 덴마크 교육청은 고등학생들에게 노골적인 동성 성관계, 3인 성관계, 수간 (bestiality) 등을 보여 주는 CD를 제작하였다가 후에 금지당하기도 하였습니다."
덴마크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아닙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동성간 동반자 등록법이 법제화 된게 1989년(http://en.wikipedia.org/wiki/Recognition_of_same-sex_unions_in_Denmark) 입니다. 이걸 동성결혼 합법화라고 왜곡했군요. 참, 다른 나라들과 좀 다르게 덴마크에서는 이 법에 몇가지 단서를 달았나 봅니다. 예를 들어 몇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이들 입양할 수 없게 제한을 두고 있다던가. 이건 오히려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칭찬(?)할 만한 사례인 듯 하군요.
참고로 현재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현재 벨기에, 캐나다, 남아프리카, 네덜란드, 스페인 입니다. 노르웨이는 2009년부터 시행되고요.
수간 얘기를 잠깐 해보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주로 '동물보호론'에 입각하여 수간을 법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수간이 불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불법이고요. 그럼, 동성 결혼 합법화가 악마들을 날뛰게 만들어서 수간이 성행해졌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는 걸까요? 아니죠. 일단, 두 나라 모두 아직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성결혼 합법화'->'수간이 성행할 정도로 난리났다'라는 논리의 첫단추가 안맞아 떨어지는 거죠. 또한가지, 덴마크의 경우 수간을 금지시키는 법제화를 추진하다가 관뒀는데 그 이유가 동물보호단체 쪽에서 동물학대를 금지하는 현재의 법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웨덴(http://en.wikipedia.org/wiki/Zoosexuality_and_the_law#National_laws)의 경우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 한 이후 수간을 합법화한게 아니라 1944년에 합법화 해놓은게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일 뿐이고요.
이상, '동성애는 암이다' 따위의 발언을 일삼으며 현대의 인권 의식을 못 따라오다 못해 발목을 잡는 일부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만행에 욱! 해서 급하게 조사해 본 결과였습니다.
[야야]미국 캘리포니아의 동성결혼금지법안 :: 2008/10/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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