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의미에서 평등주의는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갖는 건 불공평하다”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형 평등주의는 “나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이다. 자매품으로 “내 새끼도 서울대 가야 한다”와 “나도 MBA 따야 한다” 등이 있다. 즉, 일반적 평등주의는 ‘사회 전체의 비대칭’을 문제 삼는 데 비해, 한국적 평등주의는 ‘부자와 나의 비대칭’만 문제 삼는다. 전자의 처지에 서면 필연으로 부자가 가진 것을 일정 부분 빼앗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야 못 가진 자에게 분배할 테니까. 그러나 후자의 처지에 서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부자들의 것을 빼앗는 것은 곧 자신의 숭고한 목적을 훼손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부자 되기’ 처세서가 불티나게 팔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한국의 선거는 몰 계급적이다. 종부세 낼 가능성이 택도 없는 사람들이 종부세의 반 중산층(?)적 성격을 성토한다.
미국 대선 때, '배관공 조'라는 인물이 있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오바마에게 배관공 한명이 다가와 "내가 지금 다니는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당신의 세제 때문에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 것으로 유명했었다. 공화당에서는 나중에 이 사람을 데려다가 선거 운동까지 했다.
한국에는 이 배관공 뺨 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한방을 꿈꾸며 나중에 졸부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부자들을 위한 정부, 부자들을 위한 세제에 지지를 보낸다.
탓하기도 좀 뭣하다. 그렇게 졸부가 되는 것을 찬양하는 시대에 살며, 묵묵히 열심히 일하면 어느새 건강한(?) 중산층에서 멀어져 버리게 되는게 대한민국인데... 어쩌랴.
2. 종부세가 왜 생겼던 것일까.
어차피, 경제의 ㄱ도 모르니 자세한 얘기는 빼자.
내가 이해하고 동의하고 있는 것은, 이놈의 부동산 왕국에서 그냥 묵묵히 열심히 일해서 돈버는 사람들이 제대로 중산층이 되게 만들기 위한 세금이 종부세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재개발 지역에서 밀려난 빈민들은 어디로 가나. 도시 외곽. 그리고 한 십년쯤 있다가 재개발. 다시 도시 외곽으로 이주. 계속되는 이주, 빈민의 양산, 빈곤의 대물림.
그럼 그 재개발의 이익은 누구한테 가나?
그 수익으로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면? 아니 누구 말마따나 '건강한' 중산층이 되었다면?
종부세를 걷는다. 정확히 말하면 보유세. 보유세 걷어서 사회복지에 쓰면 되겠다. 외곽으로 밀려나서 빈곤을 대물림 받는 그 사람들을 위해 쓰면 되겠다.
보유세율이 높은 이유가 뭘까. 부동산의 보유를 억제하고 거래를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나라들은 보유세가 높고 거래세가 낮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기나. 거래세가 낮으니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 되고 보유세가 높으니 투기는 억제될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거품도 빠지고 서민들이 내집 장만 하기 쉬워지겠다.
기사 하나 인용해보자.
하지만 '낮은 거래세(부동산 취.등록세)와 높은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선진국형 세제다. 주요 국가의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보유세 98% : 거래세 2%, 일본은 보유세 95% : 거래세 5%, 영국은 보유세 89% : 거래세 11%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보유세 31% : 거래세 69%로 보유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낮다. 이마저도 종부세 도입으로 보유세 비중이 커진 것이지만, 내년부터 종부세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뭐, 말처럼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원칙'에 관한 것이다.
3. 강남 거지들의 눈물 겨운 사연들
어쩌다 보니, 적은 종자돈으로 어떻게 하다보니, 수십년 전 헐값에 장만한 집값이 올라서, 등등.
그래서 강남 거지가 되었다고 한다. 집값만 보면 종부세 내야 하는데 원래 그 정도 집값을 감당할 만한 돈을 벌어 온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부동산 부자가 되어버려서 세금 낼 돈이 모자르다고 한다. 그래서 '강남 거지'가 되어버렸다고 하소연 한다.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으로 줄여가면 되겠다는 친구들의 조언에 "정든 동네를 떠나라는 것은 이민 가라는 얘기"라며 억울해 한다.
이 강남거지들의 하소연에 미국에 사는 중산층 교민이 한 말씀 하셨다.(사실은, 2003년 종부세가 처음 도입되기 직전에 나온 기사입니다.)
12억에서 13억정도 부동산의 보유세를 일년에 52만9천원 정도를 내시면서 사셨다니요. 부끄럽지들 않습니까? 그것도 고작 오른다는 것이 1백71만8천원정도라니 미국땅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춤을 추겠습니다.
밀리언 달라면 (한화로 약 12억정도) 면 일년간 부담해야 되는 보유세는 놀랍게도 $1만1천1백21달러50센트인데 한국돈으로 환산 (1달러당 1천2백원으로 환산)하면 1천3백34만5천8백원입니다.(더 많아야 하는데 잘못 계산되었다는 지적이 있음)
매년 11월이면 보유세 통지가 날라 옵니다. 제때에 안내면 과징금이 엄청나므로 제 날짜까지 꼬박 꼬박 지불해야 됩니다. 그래도 "배째라 못내겠다" 하면 법정에 서야지요.
보유세를 낼 능력이 안되면 보유세를 감담할만큼의 집으로 줄여서 가야지요.
주민들이 낸 보유세는 지역발전과 교육에 쓰여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혜택이 골고루 돌아 갑니다. 특히도 사회의 저소득층에게 재분배되기 때문에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습니다.
난 참 궁금하다. 재개발 명목으로 서민들이 빈민으로 내몰린다. 주변에 단골가게가 많으니 못나가겠다는 하소연은 먹히지도 않는다. 운이 좋으면 쫓겨나지 않고 임대아파트에 살 수 있지만 그 재개발 지역으로 몰려든 돈 있는 집들 때문에 눈치보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서민들이 빈민으로 밀려나는 것을 외면한 댓가로 돈 좀 벌었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아까운가?
어쩌다 보니 집값이 뛰어서 부자가 되었다. 앉아서 돈 벌었다. 전생에 좋은일 많이 하셨나 보다. 그렇게 굴러 들어온 돈이 그렇게 아까운가?
공시지가 7억짜리 집을 (7억을 날리는 것도 아니고)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닌 5억으로 줄여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정도로?
쉽게 구한 7억짜리 집 조금 줄여서 종부세 피해가는 정도도 아니고 아예 종부세를 말아먹어야 속이 시원할 정도로 그렇게 아까운가? 오늘도 단골 가게 놓치기 아깝다는 하소연 따위는 할 겨를도 없이 쫓겨나는 재개발 지역 서민들의 현실은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부동산 거품으로 자기집 한칸 마련 못해서 가슴에 멍드는 서민들의 현실은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그렇게 사십시오. 난 당신들을 환멸하면 되니까.
아니면 그렇게들 좋아하시는 미국 가서 보유세 폭탄 맞으며 살아 보시던가.
*슬프고 먹먹한 마음으로 급하게 써내려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