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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내용은 신디 엥겔(Cindy Engel)의 '살아있는 야생(Wild life)'의 한글 번역판(양문 출판사)에서 발췌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홀리스틱 수의학('전일적 수의학'으로 번역하는 것 같군요.)과 관련된 외국의 홈페이지에서 자주 소개되는 책입니다.
예전의 게시물 '[동물의 자가치료]애완동물들'도 이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 글은 다음의 세 게시물로 이어집니다.
'식물의 독성 성분도 약이 된다.'
'그 외 야생동물들의 자가치료법'
'기생충의 자가 치료'
-야생동물의 건강 유지
야생의 마코앵무에 대한 혈액 검사 결과 마코앵무는 몇몇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어떤 질병에도 감염되지 않았으며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이 기르는 앵무새에게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었다. 임팔라는 이전에 그 지방 특유의 질병에 몇 번 감염되었을 뿐이며, 삼림다이커는 렙토스피라증처럼 심각한 병원균을 보유했지만 그로부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프리카물소는 질병을 이겨내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카레시(Willian Karesh. 야생동물보호협회의 '현장 수의학 프로그램'을 이끈 사람)는 아프리카물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아프리카물소는 바이러스나 세균성 질병에 걸렸을 때조차 거의 고생하지 않는다." 혈액검사 결과 아프리카물소들이 이전에 렙토스피라증, 파라인플루엔자, 브루셀라증, 포진, 청설병과 수족구 등에 걸렸다가 회복되었음이 확인되었으나 매우 건강했다. 다양한 종류의 질병을 이겨낸 건강한 아프리카물소들은 소를 사육하는 그 지방의 농부들에게 질병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샬러(George Schaller. 서아프리카의 저지대 고릴라의 건강 상태를 연구)와 구달(Jane Goodall)이 관찰한 내용과 동일하다. 그들 역시 야생동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에 감염되었지만 질병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혈액이나 대변 검사를 통해 야생동물이 병원균과 기생충에 감염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야생동물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에서 우리는 야생에서 병원균과 기생충의 감염이 실제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수의학자인 하트(Benjamin Hart)와 데이비스(Davis)는 "야생동물은 보통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에 면역성이 있으며 기생충에 감염되어도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야생동물이 건강한지의 여부를 판정하려면 먼저 신체에 병원균이 있다는 것이 질병에 걸린 것과 같은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질병의 징후를 보이지 않은 채 단지 병원균만을 보유하고 있다면 건강상태가 좋은 것이라고 본다. 야생동물이 우리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이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생동물은 다른 개체와 달리 어떤 방법으로 생존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일까? 그들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훌륭히 살아남은 개체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살아남은 요인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
면역계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어체계는 아니다. 또한 면역계는 동물이 처한 환경에서 행동학적 측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한 야생동물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를 잘 견디지 못한다. 사람에게 잡히면 면역계가 붕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간에게 잡힌 야생 고릴라는 야생 상태처럼 건강하게 살기가 매우 어려우며, 백상어도 몇 주 안에는 모두 죽고 만다. 즉 면역계는 특정 환경에서 동물의 행동학적 측면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야생동물과 서식지를 공유하는 다른 유기체 사이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균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그에 대한 대비기 필요하다. 동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단순히 면역계에만 의존할 수 없다. 그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동물의 자가 치료 전략은 병원균 이론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서양의학에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을 없앨 수 있는 직접적인 처방을 내린다. 하지만 그러한 직접적인 처방보다는 동양의학에서 사용하는 전일적인(holistic??) 접근법이 필요하다. 동양의학에서는 병원균이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신 생리적, 심리적 항상성 측면의 불균형이 질병의 원인이라로 본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동물의 행동 중 많은 부분에 항상성이 있다. 털 고르기, 휴식, 그리고 한동안 먹이를 먹지 않는 행동조차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어떤 행동은 동물이 건강하지 않을 때에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질병 반응이라고 한다. 또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물질을 먹기도 하는데 이것은 자가 약물치료라고 부른다. 이 책은 야생동물이 보여주는 이러한 건강 유지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소개 :
신디 엥겔 Cindy Engel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에서 동물 행동과 심리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신디 엥겔은 12년 동안 야생 토끼와 재규어의 행동과 건강에 대해 연구했다. 현재 영국의 방송대학인 오픈대학(Open University)에서 환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동물의 자가치료 연구가이지만 인간을 위한 전일의학 연구가이자 지압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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