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이번 주 아님)에 보고 왔습니다. 큰 극장에서는 개봉하지 않았고 비주류(?)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더군요. 장소는 지난번에 말씀드린데로... 지난번에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곳에 있는 극장입니다. 극장 규모는 거의... 한국의 지방도시에 있는 소극장 정도? 인구밀도가 무척 낮은 도시니까.
극장 입구 사진입니다. 아주 작죠. 왼쪽 아래에 보이는 분수대에 꽃다발이나 편지같은 것들이 보이는데, 지난번 사건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막상 현장에 가서 저런것들을 보니 남일 같지 않더군요.
상영중인 영화들. 딱 네개. 상영작들 중에 흔한(?) 영화들은 안보입니다. 사실 이곳이 영화표 판매소인데... 보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일하는 사람 대신 직원 구한다는 광고문이 대신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영화표 판매는...
바로 옆에 있는 이 매점에서 하고 있더군요. 이러다 여기도 망하는것 아니야?
참, 여기 가기 전에 어떤 미국인 중년(장년?)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봤었습니다. 그랬더니 마침 자신도 그 극장에 가는 것이라며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이 극장에 안가본지 몇년 지나서 잘 모르겠는데, 아직 망하지 않았다면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곳에 있을것이라면서요. 그리고... 이 극장에 몇년만에 가본다는 이 아저씨가 선택한 영화는 바로...
괴물~
오호라, 영화보는 눈이 있는 아저씨구먼.
미국내 영화 비평가들의 평이 무척 좋아서 일부러 찾아보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요즘 듣고 있는 영어수업 선생님도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더군요. 읽어본 영화평들이 무척 좋았었다고요. 물론, 영화를 실제로 볼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상영관 출입구에 붙어 있던 괴물 포스터. 극장 바깥에 포스터가 붙어있지 않아서(알고보니 상영작 포스터는 모두 안쪽에만 있었음) 실망했었는데 여기 붙어 있더군요.
규모가 무척 작은 극장이었습니다만, 대충 3분의 1정도의 좌석들이 차있었습니다. 너무 적다고요? 아닙니다. 이 동네 인구밀도가 무척 낮아서 큰 극장에 가서 유명한 영화를 봐도 좌석의 반이 차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외국어 영화 보는 것을 무척 귀찮아 한다는데 그래도 이정도 관객이 들어왔다는건 꽤 괜찮은 성적이라고 봅니다. 어떤 미국인들은 영화 보러 왔다가 자막으로 봐야 하는 영화이면 중간에 툴툴 대면서 나가버리기도 한다더군요.
관객들의 분포는 다양했었습니다. 노부부들도 있었고, 10대 아이들과 함께 보러온 가족들도 있었고, 연인들도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미 어둠의 경로로 한번 본것임에도 무척 재밌게 봤습니다. 컴퓨터로 볼 때와 비교하면 천지차이죠. 처음 볼때는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는 무척 슬픈 영화라고 느껴지더군요. 유머를 완전히 빼버리고 그냥 최루성 영화로만 만들었어도 꽤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들을 신경 안쓰고 오락영화만으로 생각하고 봐도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영화 흐름에 집중해서 따라가느라 깊게 생각하면서 볼 겨를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많이 웃더군요. 극중 남주가 주눅들은 모습으로 봉고차 타러 오는 모습이라던지... 송강호의 몸개그를 보고도 많이 웃고, 공무원들이나 경찰들의 권위적인 모습에서도 낄낄거리면서 웃고... 그런데 웃는 부분들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벌써 며칠이 지난 상태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데... 마지막에 밥먹으라는 소리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무도 웃지 않았다던가, 나중에 미국인 의사(?)가 한국 통역관에게 비밀을 폭로할때 상당히 많이 웃는 모습들도 우리와 좀 다른 것 같고요. 극장을 나서면서는 웃은 장면들이 어디어디가 달랐었는지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까먹어 버렸네요. 그리고 중간에 가족들이 수색하러 다니다가 매점에 들어와서 야참 먹을때 고아성이 갑자기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다들 무척 웃더군요. 혹시 이 사람들이 뭔가 잘못 이해하고 웃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아주 좋아하던데... 왜 그렇게 웃었지?
영화를 보면서 영어 자막들도 흘깃흘깃 봤었는데, 몇가지 원래 내용하고 다른 경우가 좀 있더군요. 자막 길이 때문이었는지, 미국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대사라서 일부러 바꾼건지... 예를 들어, 아버지가 배두나와 박해일에게 얘기하는 장면에서 "자식 잃은 부모 속이 타들어 가는 냄새는 십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자식 잃은 부모의 심장 박동 소리는 몇마일 밖에서도 들린다"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좀 강도가 약한데...
한국에서 개봉했을 당시의 정보들을 찾아보니, 사람들이 괴물을 맨 처음 발견했을때 송강호가 옆에 있던 파키스탄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애드립이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감독이 신경을 쓰지 않아서 소리를 제대로 잡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 자막에는 이 대사가 나옵니다. "어디서 왔어요? 파키스탄에서 왔어요?"라고 했더군요. 더 말했던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평소에는 영화가 끝나도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혹시 뭐 안나오려나... 하는 마음에^^)한참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미국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서 무슨 얘기들은 하는지 엿들어 보고 싶어서 사람들을 따라서 일찍 극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무 말들을 안하더군요. 할말이 없어서? 아니면 생각할게 많아서? 영화 좋았다, 나빴다 정도의 간단한 멘트라도 줏어 들을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다들 입 꼭 다물고 나가더군요. 그냥 비극으로 끝나버리는 결말에 익숙하지 못해서 충격을 먹었나? 아님, 그냥 "잘 봤다"가 전부라서? 대부분들 그냥 '괴물' 영화로만 생각하고(미국인들 영화평들에서 보이는 관점들도 대부분 다른 영화들과는 좀 다른 색다른 오락 영화로만 보는 것 같고요) 보러 온 사람들이라서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낯설었던 것인지... 좀 더 용기를 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볼까도 싶었습니다만... 제가 그 정도로 낯선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게다가 영어로... ㅡ,.ㅡ
아뭏든 그렇게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미국땅에서 한국 영화를 보게 되는 경험이 앞으로도 더 있었으면 좋겠더군요.
영화 보고 나와서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들 몇장 첨부합니다. 실내에서 플래쉬 없이 찍었더니 모두 흔들려서 건진 사진이 별로 없군요.
아래 사진은 초콜렛 가게 사진인데,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직원들이 초콜렛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저렇게 녹여서 석판 위에 올려 놓고...
몇덩어리로 나눈 다음에 속재료(견과류, 피넛 버터, 머쉬멜로우 등등..)를 넣고,
잘 섞더군요. 아마도 작은 덩어리로 만든 다음에 굳혀서 팔겠죠. 같이 구경하던 미국인들끼리 하는 말을 들어보니 다 끝나면 샘플 얻어먹을 수 있다는 것 같길래 기다리려고 했습니다만...
위 사진은 어떤.... 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사람 크기의 토끼 인형입니다. 아마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 토끼... 려나? 노출 과다로 얼굴이 잘 안보이는데 무척 화려한 인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