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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이란의 한 꼬마 여자아이 :: 2007/06/29 08:45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전 원래(?)부터 중동국가들의 여성들은 모두 베일을 쓰고 다녔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인 Marji(마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니 제 무지함이 무척 부끄러워 지더군요.
마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1980년에서 조금 거꾸로 올라간 시기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마지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최후의 선지자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만화의 한 장면중에는 다른 역대의 종교 선지자들이 마지 옆에 서서 "여자네?"라고 웅성거리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그래서 항상 밤마다 신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말씀(?)을 담은 책을 집필하곤 했었죠. 하지만 이슬람 혁명의 소용돌이속에 있던 이 아이는 선지자로서의 역할을 잠시 미뤄두기로 합니다. 대신, 마르크스주의자가 됩니다.

마지와 친구들의 대화.
마지: "오늘 내 이름은 체 게바라야"
왼쪽 친구: "나는 피델(카스트로)"
오른쪽 친구: "나는 트로츠키"
마지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데에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데카르트: "그러췌~"
마르크스: "(돌을 던지며)하하하하하~"
데카르트: "아야! 칼, 뭐하는거야? 내 해골이 부숴지잖아~"
아래 장면에서는 자신이 묘사하고 있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신(오른쪽)의 모습과 마르크스의 모습이 닮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마지는 현(1979년 현재) 국왕이 축출한 이전 왕조의 후손 입니다. 할아버지가 왕자님이었다죠?
참, 베일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마지는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어서 직접 검색을 해서 공부를 좀 해봤습니다. 이란에서는 1920년대 후반부터 여성들이 베일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36년에는 이를 법제화해서 경찰들이 여성들이 쓰고 있는 베일을 찢어버리기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후에 이 법의 강제집행이 중단되서 베일을 다시 쓰고다니는 여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아무튼 1979년까지의 이란은 지금처럼 이슬람 근본주의가 판치는 세상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70년대 후반, 팔레비 왕조의 폭정에 시달리던 민중들이 봉기를 합니다. 물론 역시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마지의 부모님들과 그 동료들도 참여를 하게 됩니다.
이들이 겪었던 상황은 우리가 겪었던 70, 80년대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 합니다. 아니 어쩌면 더 심했던 듯 합니다. 군은 시위대에게 밥먹듯이 발포를 했고 시위대는 맨몸으로 돌을 던지며 맞서 싸웠다고 하는군요.
마지의 만화에는 이에 대해 더 자세하게, 열살짜리 꼬마아이의 눈으로 봤던 그들의 피에 물든 역사의 장면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자세한 설명은 건너 뛰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보셔야죠.

아무튼, 혁명은 성공을 했고 그들은 모두 행복한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해지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마치 우리가 87년 6월 항쟁에서 승리하고도 군사독재의 적자인 노태우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듯이 이란에서도 뭔가 비슷한, 하지만 괴팍한 일이 발생했나 봅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서 이란의 현대사를 좀 공부해볼까 했지만 우리의 현대사만큼 무척 복잡해서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마지가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였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만화는 원래 역사 학습만화가 아니거든요. 이란이라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한 나라에서 사춘기를 보낸 한 여자아이의 성장기 입니다. 복잡하게 정치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아도 마지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됩니다. 그러니 우리도 정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일단 그냥 넘어가는게 좋겠습니다.
아무튼 어찌어찌하여 이슬람공화국이 건설됩니다. 그리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권력을 잡게되고 민주주의를 꿈꿨던 혁명가들은 은밀히 나라를 떠나거나 연행되게 됩니다.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마지의 영웅이었던 삼촌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봅시다.
어느날 마지의 엄마는 길을 걷다가 근본주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게 됩니다. "너 같은 여자는 길거리에서 강간을 당하고 쓰레기더미에 버려져야 해! 그런일이 일어나질 원하지 않는다면 베일을 써"라고 했다는군요.
그리고,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죠? 대한민국에서 본인이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남성들이 꽤 있을 겁니다.
아무튼, 그래서 마지와 마지의 엄마는 근본주의에 반대하는 시위에 동참하게 됩니다.

"베일을 쓰지 않으면 두들겨 맞아야 한다"고 외치면서요.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보고 주체할 수 없이 끓어오르는 성욕을 폭력을 통해 해소하려 했나 봅니다.
"이것은 성욕이 아니야~ 악마같은 여성들에 대한 신성하고 종교적인 심판의 욕구야~"라고 맘속으로 외치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런 혼란속에서 마지는 또다른 비극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란-이라크 전의 발발. 이란의 국력이 약화된 틈을 타서 이라크가 침공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왼쪽의 장면은... 흔히 묘사되는 전쟁의 한 장면이 아닙니다. 무척 슬픈 장면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혹시라도 이 만화를 직접 보실 분들은 위해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속에도 제가 소개하지 못한 무척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등장하게 될 이야기들은 더욱 많습니다.
혹시나 너무 정치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 같아서 골치아프고 지루할 것 같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관심사가 그쪽이다보니 그런 얘기들 중심으로 소개를 한 것일 뿐입니다.
축출된 전 왕조의 후손이자 사회주의자 부모를 둔 한 꼬마 여자 아이가 격렬한 민주화 투쟁과 이슬람 근본주의가 소용돌이 치는 역사속에서 선지자가 되고 싶어하고, 신과의 대화를 즐기고, 마르크스주의를 알아가는 과정.
여성에게 보다 더 폭압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의 폭압속에서 사춘기를 겪어가는 한 여자아이의 인생 여정.
이런 폭압적인 상황을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 유럽으로 홀로 보내진 딸이 거쳐야 했던 폭풍같은 사춘기.
다시 귀향하여 성인이 되어 마주하게 되는 이슬람 근본주의.
아마도 남성인 저보다는 여성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많을 듯 합니다. 물론 남자들도 꼭 읽어봐야 할 만화지요.
많은 이야기들이 단 두권의 만화책에 압축되어 있지만 시간가는줄 모르고 볼 수 있는 만화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만화답지 못한 만화이겠습니다만, 이 만화는 일단 재밌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매 장면마다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참, 제목을 얘기하지 않았군요.

원래 프랑스에서 4권짜리로 출판되었고 영문판은 두권씩 묶어서 2권짜리로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문판 1권(맞나?)이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마우스(MAUS)에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그리고 같은 제목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 졌고 지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는군요.
도서관에서 빨간색 표지가 눈에 띄여서 우연히 집어들었다가 며칠간 푹 빠져들게 만들었던 만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