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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식물성 음식-두번째(탄수화물과 당뇨병) :: 2006/07/09 06:29

고양이에게 식물성 음식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거나 극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들 중에 식물성 음식으로부터는 적절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다거나 고양이가 탄수화물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과학적 근거 없이 추측에만 기반한 주장일 뿐이며 이에 대해서는 예전의 글 "고양이와 식물성 음식(주로 탄수화물의 소화와 관련하여)"에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사료에 대한 반감 때문에 식물성 음식의 적절한 섭취량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못한게 원인일듯 하다.

식물성 음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주장 중에 비교적 타당한 내용은 고양이의 탄수화물 대사 능력에 대한 것이다. 소화흡수된 탄수화물(정확히는 탄수화물이 소화과정에서 분해되어 흡수된 포도당)을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여 대사 기능에 과부하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록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소화하여 흡수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이렇게 흡수된 탄수화물을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여 고양이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런 주장은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며 실제 연구결과에서도 이런 위험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은 그렇다면 고양이들은 탄수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다. 아주 적은양의 탄수화물이 소화흡수되어 포도당으로 전환되어도 이 적은 양의 포도당을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가? 아니면 의외로 꽤 많은 양의 포도당들 처리할 능력이 있는가?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그리 많지 않지만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진행된 몇건의 연구에 대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사실 몇편 안된다) 아래의 내용은 그 연구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 고양이의 당뇨병

당뇨병은 내분비 질환 중에서 고양이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연구결과들에서 낮게는 400분의 1에서 높게는 100분의 1까지의 발병율을 보고하고 있다. 발병 요인으로 추정되는 원인들이 다양하지만 유전적인 문제가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람에 의해 길들여진 고양이 종들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에서 특히 버미즈(Burmese) 종이 당뇨병에 가장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호주에서 진행된 버미즈 고양이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 발병율이 50분의 1로 나타났으며 8세 이상, 특히 10세에서 13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고 한다.

고양이의 경우 대부분(80~95%)이 2형 당뇨병(Type 2 Diabetes)에 걸린다. 2형 당뇨병의 특징은 인슐린 민감도가 감소한다는 점으로 건강한 고양이에 비해 인슐린 민감도가 여섯배 낮다. 인슐린 민감도(Insulin sensitivity)란 주어진 인슐린양에 의해 감소되는 혈당량으로 정의되는데 민감도가 낮다는 뜻은 같은 인슐린양이 존재할때 혈당이 처리되는 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혈액중의 포도당이 인슐린에 의해 분해되어 세포로 전달되어 에너지로 사용되어야야 하는데 인슐린 민감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포도당을 분해하기 위해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 상태를 인슐린 저항(Insulin resistance) 상태라고 부른다.

이렇게 포도당 대사능력(내당력. Glucose tolerance)이 저하된 경우를 내당력 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라고 부르는데 이 상태는 정상상태와 당뇨병의 중간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인슐린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여러 요인중에 가장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비만이라고한다. 10개월동안 체중이 44% 증가한 고양이들의 인슐린 민감도가 50% 정도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정상체중이면서도 인슐린 민감도가 낮은 고양이들의 경우 과체중, 비만 상태가 되면 내당력이 감소하여 내당력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운동량의 감소 역시 인슐린 민감도들 떨어뜨린다고 한다. 집안에서 사는 반려고양이들은 음식을 얻기 위해 사냥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운동량이 감소하여 과체중,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인슐린 민감도가 낮아져서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량과 고양이 당뇨병의 관계

탄수화물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은 건강한 고양이들은 혈당이 그리 높지 않았고 인슐린 분비량 역시 적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면 고단백질 음식이나, 고지방 음식을 먹인 고양이에 비해서 고탄수화물 음식을 급여한 고양이들의 혈당량이 25% 정도 더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에 사용된 음식은 탄수화물의 열량에 대한 비율이 50%정도이며 이는 일반적인 상업 건사료의 (열량에 대한)탄수화물 함유량과 비슷하다. 즉 탄수화물이 50% 정도 이상인 음식을 먹인 경우 혈당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슐린 농도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로부터, 진화과정에서 육식동물로 진화하여 고단백질 음식에 적응하게 되면서 인슐린 저항 상태가 되기 쉬운 고양이들이, (고도로 정제되어 있어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되는 속도가 정제되지 않은 경우에 비해 빠른)고탄수화물 음식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급격히 혈당량이 증가하여 인슐린을 과다 분비해야 하므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에 과부하가 걸려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고양이가 과도한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혈중 포도당(혈당량)이 증가하면서 인슐린 분비량 역시 증가했다는 것 뿐이다. 이로 인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가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가설일 뿐이며 아직 과학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당뇨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버미즈 고양이들에 대한 연구결과에서 음식과 당뇨병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 한번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50%의 탄수화물로 구성된 음식이 당뇨병을 유발한다, 유발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이정도의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증가시키기는 하지만 고양이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혀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고양이가 육식동물인 만큼 높은 비율의 탄수화물을 함유하는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는 경우 소화흡수된 탄수화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가설이 사실로 밝혀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과연 얼마 만큼의 탄수화물이 고양이의 혈당 처리 능력에 부담을 주느냐는 점인데 위에서 소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적인 상업 건사료에 함유된 50% 정도의 탄수화물이 고양이에게 부담스러운 비율일 '가능성'이 있다. 굳이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정도의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급격히 증가시키긴 하지만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실제 고양이들에 대한 급여 실험에서도 이 점이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가설'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50%의 탄수화물을 함유하는 음식은 당뇨병의 발병율을 증가 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탄수화물 50%가 위험수치, 혹은 주의를 요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한 탄수화물 섭취량, 즉 고양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의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찾을 수 없었다. 사료의 탄수화물 비율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가라는 점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니 안전한 섭취량에 대한 연구결과는 당연히 전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수치를 추정할 수 있게 해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에게 탄수화물이 적은 음식을 먹이면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며 인슐린의 필요량도 적어져서 회복율도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를 위한 고단백, 저탄수화물 처방식에 대한 연구결과인데 여기서 권장하는 탄수화물 비율은 20% 이하(25%라고도 함)이다. 즉 탄수화물 비율이 20% 이하인 음식은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의 치료식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안전 섭취량

그렇다면 고양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안전한 탄수화물 섭취량은 어느정도일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는 섭취량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으므로 주어진 두가지 수치만을 가지고 추정해야 한다.


위의 그림은 어떤 영양소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섭취량과 안전한 섭취량의 범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그림이다.(원래는 그래프 좌측에 결핍증이 나타나는 섭취량에 대한 부분이 있다. 출처는 영국 Food Standard Agency의 "Safe upper levels for vitamins and minerals")

그림에서 NOAEL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부분은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는 섭취량의 최대량을 나타내고 있고 LOAEL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부분은 부작용이 확인되기 시작하는 최저 섭취량을 나타낸다. NOAEL 다음부터 나타나는 점선은 부작용의 강도를 나타낸다. 즉 NOAEL 이상부터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실제로 부작용이 관찰되는 정도는 LOAEL 지점이라는 뜻이다.(그 이하의 부작용은 경미해서 드러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될듯) 이 모델을 이용하여 탄수화물의 안전 섭취량 즉, 탄수화물에 대한 NOAEL 위치를 추정해보자.

탄수화물 50%의 섭취 비율이 고양이에게서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면 탄수화물 50%의 섭취량은 LOAEL지점에 위치할 것이다. 물론 (고단백을 섭취하는 경우에 비해)혈당 증가량이 높다는 것만 확인되었을 뿐 실제 급여시험에서 당뇨병과의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므로 50%의 섭취량은 부작용이 경미해서 확인되지 않는 섭취량으로 밝혀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비율 50%는 LOAEL보다 조금 낮은 지점에 위치할 것이다. 위의 그래프에 붉은색 화살표로 이 지점들을 나타내보았다.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를 위한 고단백, 저탄수화물 처방식의 탄수화물 비율은 20%이하이므로 탄수화물 20%의 섭취 비율은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들에게 조차도 부담을 주지 않는 섭취비율이므로 건강한 고양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탄수화물의 안전한 섭취비율은 20%보다 꽤 클 것이다. 즉, 탄수화물의 NOAEL은 20%의 오른쪽에 위치할 것이다. 어쩌면 꽤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두 가능성을 고려하여 20%의 위치를 위 그래프상에서 NOAEL 지점에서 비교적 가까운곳과 꽤 멀리 떨어진 위치에 표시해 놓았다.

따라서 NOAEL의 최대값은 20%의 위치와 50%의 위치를 모두 왼쪽지점으로 선택했을 경우이며 이때 NOAEL은 약 40% 지점에 위치할 것이다. 반면 NOAEL의 최소값은 20%의 위치와 50%의 위치를 모두 오른쪽지점으로 선택했을 경우이며 이때 NOAEL은 약 30% 지점에 위치할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고양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탄수화물의 안전한 섭취비율은 30~40% 정도라고 볼 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을 기한다는 의미에서 탄수화물의 안전 섭취비율을 최소값인 30%로 선택하도록 하자.


- 자연식의 탄수화물 비율

건사료의 탄수화물 비율(열량의 50%)이 당뇨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거나 주의를 요하는 정도(물론 여전히 당뇨병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라면 다른 자연식들의 탄수화물 비율은 어떠할까.

식물성 음식을 20% 이하로 사용하는 생육식 자연식의 경우 탄수화물 비율은 열량의 10%를 넘지 못한다. 대개 5% 이하 이며 이보다 더 낮기도 하다. 따라서 생육식 자연식을 먹이는 경우 탄수화물로 인한 당뇨병 발병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개 식물성 음식을 50% 정도로 사용하는 화식 자연식의 경우 탄수화물의 열량에 대한 비율은 대부분 20%정도가 된다. 물론 식물성 재료중에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뿌리 채소나 곡물을 많이 사용한다면 최대 30% 정도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식물성 재료중에 단백질 비율이 높은 것들을 사용하면 20% 이하, 10%에 가까운 레시피도 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 당뇨병을 위한 처방식에 적합한 비율내에 있거나 많더라도 안전하다고 여길 수 있는 탄수화물 비율내에 있으므로 화식 자연식을 먹이는 경우에도 역시 탄수화물로 인한 당뇨병 발병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먹이고 있는 채식에 가까운 자연식은 어떨까. 자연식 건사료만 보면 일반 상업 건사료보다 탄수화물 비율이 조금 적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자연식은 '자연식 건사료+생야채(예전엔 자연식 스프로 주던것을 요즘은 생으로 줍니다)+멸치 등 기타 재료'로 구성되고 동물성 재료가 약 4분의 1 정도로 제한되는데 요즘 먹이고 있는 레시피로 계산해보면 탄수화물 비율이 30% 이하이다. 간혹 건사료를 빼고 먹이거나 캔사료를 조금 섞어 주는 경우를 따져보면 20%에 못미치는 정도의 비율이 된다. 따라서 역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범위내에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 주의할 점들

물론 자연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과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 과체중, 비만을 유발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내당력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위에서 소개한 연구결과에서도 체중이 증가할 수록 내당력이 감소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내당력에 대한 개묘 차이도 있는 만큼 무조건 안심만 할 수는 없다. 또한 특히 수컷 고양이가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체중 증가에 따른 인슐린 민감도의 감소량 역시 더 크다고 한다. 따라서 생육식 자연식이건 화식자연식이건 간에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운동시간을 늘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한가지, 자신의 고양이가 포도당 대사 능력에 문제가 있는지 혹은 대사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건강한 고양이의 경우 하루에 체중 1kg당 약 40mL(4kg의 고양이라면 160mL)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뇨병에 걸리면 물의 섭취량이 증가하는데 하루에 체중 1kg당 약 100mL(4kg의 고양이라면 400mL) 이상의 물을 마신다면 내당력에 문제가 있을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먹이는 음식에 따라 수분 함유량이 다른 만큼 자신의 고양이가 물을 얼마나 마시는지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한 고양이의 경우 캔사료를 먹는 경우라면 하루에 체중 1kg당 약 10mL(4kg 고양이라면 40mL) 이하의 물을 마시며, 건사료를 먹는 경우 하루에 체중 1kg당 60mL(4kg 고양이라면 240mL) 이하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자연식을 먹이는 경우에는 캔사료에 대한 수치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될 것이다.



*추가 정보 : 혈당량만으로 당뇨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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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논문 :
1) Rand JS, Fleeman LM, Farrow HA, Appleton DJ & Lederer R. (2004). Canine and Feline Diabetes Mellitus: Nature or Nurture? Journal of Nutrition, 134(8S), p 2072S - 2080S.
2) Rand JS, Marshall, RD. (2005). Diabetes Mellitus in Cats. Vet Clin Small Anim. 35[1]:211-224.
(두 논문 내용이 거의 비슷함)

-CRYSTALCATS.net

2006/07/09 06:29 2006/07/09 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