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라에는 새로운 삶의 주기를 시작했다.. :: 2005/03/06 16:29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라라에를 살릴 수 있는 약을 구하러 갔다오다가 전철 안에서 야야의 전화를 받았다.

라라에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이젠 걷지도 못한다고..

집을 나설때만해도 한가닥 희망이 부풀어올라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 라라에의 상태를 전해들으며..난 알게되었다.

라라에가 떠나려한다는 것을.

내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아직도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전철 속에 앉아있었지만 라라에와 연결되어 그녀가 내게 하는 말들을 느낄 수 있었다. 헤어져야한다는 두려움에 내 마음은 태풍이 몰아치는 듯 너무나 혼란스럽고 슬퍼서.. 라라에가 영혼으로 전해주는 나를 향한 메세지들을 제대로 알아채기 힘들었고, 아니야, 안돼, 하며 부정하고 외면하려해서 더더욱 캄캄한 암흑 속에서 헤메는 듯한 절망에 빠져가고 있었지만..

내 깊은 마음 속에서 라라에의 작고 따뜻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고있었음을.. 나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타로카드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타로점을 봐달라고 내가 어떻게해야 하냐고, 라라에가 죽음을 선택한것이냐고..제발 알려달라고 울며 부탁했지만.. 그는 그저..자신의 느낌만을 전해줄 수 있다고 했다.

라라에가 나를 무척 사랑하고 있음을..

그래서 라라에는 나를 무척 걱정하고 있고..

내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는..

밖에서 방법을 찾아 돌아다니지말고, 라라에 옆에서 그녀와 대화하며 함께 있어주라 했다.

나는 타로점을 봐주지않는 그가, 살 수있을 거라 말해주지않는 그가 무척 서운했지만..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라라에는 나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었고 항상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서 본 라라에는 생각보다 괜찮아보였다. 내 마음에도 희망이 생겼다. 어쩌면 오늘밤이 지나면 고비를 넘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라라에에게 밥과 약을 먹이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었다. 라라에는 아파서인지 몸을 자주 뒤척이며 자리를 옮긴다. 그래도 다리를 들어서 비척이며 옮겨앉는 모습을 보며 조금은 안도하게되었다. 아직은 움직일 수 있다.. 약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라라에가 창가에가서 누웠다. 같이 누워서 눈을 들여다보며 힘내라고 응원을 했다. 기운이 없어보이긴 했지만..아직은 눈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나는 점점 명확히 깨달아가고 있었다. 라라에가 떠나고 있다는걸.. 마음은 이상하게 차분했다..

마음 속으로 라라에에게 인사했다.

라라에 안녕.. 잘가라..

라라에도 대답한다..

왠지 라라에가 안도하고 있음을 느꼈다..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야야도 무언가 느꼈는지 불쑥.. 라라에를 안고 있어야겠다고 했다.

나는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왔음을 알았다.

왈칵 눈물이 났다. 울음이 쏟아졌다.

진짜로 작별하는구나.. 또다시 두려워졌다.

라라에와 헤어지는것이, 이제 라라에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슬펐다.

그래서 엉엉 울었다..

야야가 라라에를 안고 벽에 기대어 누워있었다.

라라에는 야야의 품에 누워 꼼짝도 안하고 빠른 숨만 쉬고 있었다.

왠지 평화로운 모습에 마음도 안정됨을 느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라라에도 그다지 아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라라에가 잠을 자길 원했다..아픈지 잠도 자질 못하고 멍하니 눈을 뜨고 있는 라라에가 안쓰러웠다..

라라에의 눈을 들여다보며 잠좀 자..잠 자고 나야 빨리 낫지..

라라에가 졸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나도 바라본다.. 라라에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라라에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이 떠나는 것을 슬퍼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나의 삶과 영혼의 슬픔을 어미처럼 걱정하고..슬퍼하고 있었다.

라라에가 이토록 날 사랑하고 지켜주고 있었는지를 그 순간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동안 보살펴주고 사랑해주는건 사람인 나인줄 알았는데..

라라에는 그보다 훨씬 나를 사랑해주고 곁에서 끊임없이 보살피고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자신의 마음이 전해졌다는 것을 안 라라에는 몇분후 육체를 벗고 하늘로 돌아갔다..

다시 라라에를 보았을때 그녀의 눈는 커다랗게 열려있었다..

나는 바보같이 그냥 아까보다 눈을 크게 뜨고 있구나 했다.

라라에가 방금의 대화를 마치고 곧바로 떠났다는걸 눈치채지도 못했다.

라라에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해 이곳 지구를 떠났다..

우리와 함께하는 삶은 이제 그만하고 다른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된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나에게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고..다정하게 말해주었다..

고마워, 라라에..

하지만.. 다음번에도 널 꼭 다시 만나길 바래..

네가 언젠가 다시 우리 곁으로 와서 함께 지구에서의 여정을 계속하길 가슴 깊이 바래..

꼭..다시 날 찾아와죠..




라라에..


넌 지금 어디쯤에 있니?

2005/03/06 16:29 2005/03/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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